도쿄 | 조홍민 특파원




“저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일본의 중년 남녀들이 입을 모은다. 수려한 외모와 출중한 실력, 게다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다. 일본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들상(像)’이자, 최고의 인기 스타다. 우리로 치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쯤 되는 셈이다.


천재 프로골퍼 이시카와 료(石川遼) 얘기다. 그가 일본 골프 역사를 다시 쓰자 열도가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 6일 막 내린 올시즌 일본골프투어에서 불과 18세 80일의 나이로 최연소 상금왕을 차지했다. 올해 4승을 거두며 벌어들인 상금은 1억8352만엔(약 23억5600만원)이다. 1973년 일본의 골프영웅 오자키 마사시가 26세에 달성한 기록을 36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 주가 시작되는 7일 아침부터 일본의 TV, 방송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7년 투어 첫 우승과 프로전향 1년 만에 상금 1억엔 돌파, 그리고 상금왕.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평균 타수(69.93타), 평균 퍼트(1.7235개) 등 9개 부문에서 1위다. 18세 소년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의 존재는 골프계의 ‘아이콘’을 넘어 이미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잡은 골프채, 입고 있는 골프 웨어는 불티나게 팔린다. 팬들은 골프숍에서 ‘료군이 입은 옷’ ‘료군 마크가 달린 클럽’을 찾는다. 덕분에 지난해 이시카와와 5년간 6억엔에 용품 사용계약을 맺은 요넥스는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프로골프협회의 마쓰이 이사오 회장은 그를 두고 “타이거 우즈 같은 존재”라고 평가한다. 올해 그가 출전한 24개 대회에서 그를 보러온 팬들의 숫자는 58만8850명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6만8335명 늘어났다. 이시카와가 나오면 TV 시청률도 급상승한다. 올해 16.1%를 최고로, 시청률이 10%가 넘는 대회만 9개에 이른다. 그가 불참하는 대회가 5~6% 대에 그친 것을 보면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케 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이코노미스트는 “이시카와가 올해 몰고 온 경제효과는 지난 9월까지 데이터로만 환산해도 239억엔(약 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실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윗사람에게 깍듯한 예의와 자신을 낮추는 겸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6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을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첫 가르침은 ‘예의’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자신이 쓴 세면대의 물을 수건으로 다 닦고 나온다. 뒤에 이용하는 사람을 생각해서다. 상금왕을 차지하고나서도 “나의 골프를 후지산 등산에 비유하면 아직 산기슭에 서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프로골퍼를 꿈꾸던 그는 당시 상금왕이던 가타야마 신고를 모델로 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이었다. 만화는 최종홀에서 가타야마를 누르고 역전 우승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끝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한 이시카와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Posted by 조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