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특파원





 

일본어로 ‘아마쿠다리(天下り)’는 원래 일본 토착신앙인 신토(神道)에서 나온 말이다. ‘하늘의 신이 땅으로 내려온다’는 ‘강림’의 뜻이지만 요즘은 공무원이 퇴직 후 공공법인에 재취직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해석을 보태자면 “하늘에서 내려와 ‘신의 직장’에 내려앉는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일본에서 낙하산 인사가 뿌리를 내린 데는 공무원 사회의 전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앙 성·청 공무원의 경우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지 않는다는 일종의 관례가 있다. 승진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함께 진급하던 동기가 ‘공무원의 최고 자리’인 사무차관에 취임하면 60세인 정년을 채우지 않고 옷을 벗는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독립행정법인 등에 재취업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진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8월부터 1년간 퇴직한 중앙 성·청 과장, 기획관 이상 국가공무원 1268명 가운데 552명이 독립법인 등에 재취직했다. 


이렇게 취직한 법인은 이들에게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는 일터가 된다. 법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연봉은 1억엔에 이르는 게 보통이다. 몇년간 일하다가 다른 법인으로 이직하는 ‘와타리(건너가기)’도 할 수 있다. 법인 옮기기를 거듭할 때마다 고액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몇 번만 옮기면 시쳇말로 ‘떼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지원되는 국비가 연간 12조엔에 이른다. 낙하산 인사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셈이다. 일본의 관료들은 재직 기간 받는 임금이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퇴직 후 ‘낙하산 직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법인의 입장에서도 상당한 경력을 지닌 ‘낙하산’은 든든한 배경이 되게 마련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한 법인에 대해서는 정부의 암묵적 배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국가가 해당 법인에 수의계약으로 공공사업을 발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감독 관청의 감시도 느슨한 편이다. 낙하산 인사가 ‘관제담합’의 온상이란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마크 램세이어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일본정치의 경제학>에서 “이익유도형 정치를 해온 자민당 시대에 낙하산 인사는 관료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써 매우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이 ‘낙하산과의 전쟁’을 선포,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미 단행된 독립행정법인·특수법인 인사 가운데 26개 법인 42명에 대해서는 인사를 동결하고 공모를 통해 다시 뽑겠다고 밝혔다. 세금 낭비 근절과 ‘탈관료’ 개혁을 위한 좋은 수단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인사 적체가 심각해진다”거나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반발이 관료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독립행정법인 인사 공모에 퇴직 관료출신의 응모를 허용키로 하는 등 처음보다 의지가 다소 후퇴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구호가 앞서는 인상이어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토야마 총리가 다음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 궁금하다.

Posted by 조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