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ㅣ조홍민 특파원





“보다 나은 내일과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나 자신을, 민주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선 내가 먼저 변하겠습니다.” 


2006년 4월 일본 민주당 대표선거 정견 발표장.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는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 <레오파드>에서 한 버트 랭커스터의 대사를 인용해 “지금처럼 변치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당시 그곳에 있던 의원·당직자는 물론이고 TV로 연설 장면을 본 국민의 상당수는 ‘나부터 바꾸겠다’는 오자와의 발언에 놀랐다. ‘돈과 선거의 달인’ ‘밀실과 막후의 정치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오자와에게서 그런 발언이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오자와는 제6대 민주당 대표에 선출됐고 제1야당 민주당을 이끌게 됐다.


오자와는 이후에도 “나부터 변할 것”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스스로 열린 정치인이 되겠다는 다짐이자 일본의 미래를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호소였다. 여기에는 ‘정권 교체’라는 자신의 오랜 목표, ‘마지막 승부’를 염두에 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2007년 4월 지방선거에서 당세 확장, 그 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의 대승을 통한 여당의 정권 운영 무력화가 이뤄질 때도 ‘변화’와 ‘개혁’의 화두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마치 그의 판단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합당 전 오자와가 이끌던 자유당은 현재 몸담고 있는 민주당과는 체질이 달랐다. 민주당은 ‘오자와의 개인 상점’이나 마찬가지였던 자유당과는 달리 소속 의원의 지지단체와 당원의 사상, 신조 등이 따로따로였다. 오자와는 제1야당의 대군단을 이끄는 대표로서 강력한 지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리더십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변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그 때문에 무리수도 나왔다. 2007년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와의 두 차례 밀실 회담에서 ‘대연정’을 논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했다. 오자와에게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그런 오자와를 향해 이번엔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의 칼을 빼들었다. 오자와의 정치단체가 한 건설사로부터 해마다 수천만엔에 달하는 거액을 정치헌금으로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오자와의 최측근이자 회계담당 책임 비서가 구속된 것이다. 오자와 대표는 “불공정한 권력 행사”라며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지만 연이어 터져나오는 진술과 정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리멸렬한 자민당을 여론조사에서 앞서며 차기 총선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던 민주당도 혼란에 빠졌다. 


다나카 가쿠에이, 다케시타 노보루, 가네마루 신 등은 일본 정치사에서 금권정치의 대명사다. 모두 오자와가 ‘정치적 스승’으로 모신 인물들이며 돈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자와는 그들과 결별하면서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자와가 그 덫에 걸렸다. 그가 스승들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나부터 변하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길지 주목된다.

Posted by 조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