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특파원





도쿄에 부임하면서 느낀 일본 정치에 대한 인상은 ‘오자와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중심이며, 그의 말 한 마디에 정부의 정책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지난해부터 참의원 과반수 의석을 무기로 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과 법안을 좌절시킴으로써 중의원 해산을 압박해왔다. 그의 공세는 요즘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일본은행 총재·부총재 인사안을 3번이나 비토했고, 휘발유세율에 붙는 잠정세율의 폐지를 관철시켰다. 앞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심혈을 기울인 테러특별조치법 연장도 무산시켰다. ‘네지레(꼬인) 의회’라는 말로 상징되는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후쿠다 정권은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오자와 이치로 (경향신문DB)



 오자와는 후쿠다 총리가 이달말 잠정세율 유지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경우 참의원에서 총리 문책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책 결의안이 통과되면 총리가 내각을 해산하는 게 관례다. 후쿠다 총리가 계속 버틸 경우 의회 심의를 거부, 정치를 마비시켜 조기 총선을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의 패권을 놓고 벌인 ‘세키가하라 전쟁’에 빗대 ‘최후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집권 자민당에는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세 총리’가 될 것이라던 아베 신조는 참의원 선거 참패, 불법 정치자금 문제, 연금기록 누락 파문이 불거지며 지지도가 하락,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퇴장했다. 후쿠다도 리더십 실종으로 휘청거리더니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평생 숙원은 정권 획득”이라고 얘기해온 오자와로서는 현 상황이 자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오자와의 대정부 강경노선에 대해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조기 총선에 쏠린 것 같다. 며칠 전 만난 한 일본 기자는 “오자와만큼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를 ‘선거의 귀재’라고 촌평했다.


1969년 27세에 아버지의 고향인 이와테(岩手)현에서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오자와는 현재13선째이다. 자신의 선거는 물론 소속 정당의 선거전을 지휘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게 그의 강점이다. 막강한 자금 동원력과 판세를 읽는 안목, 표를 끌어모으는 정치력은 발군이라는 평이다. 2006년 4월 그가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자 당내에서는 ‘구시대 정객’ ‘술수의 정치인’이란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자와가 나서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대세론을 업고 대표에 올랐다. 대표 취임 후 보름 뒤 실시된 지바(千葉)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켰고 1년 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에 ‘역사적 참패’라는 굴욕을 안기며 대승을 거뒀다. “


과연 오자와의 민주당이 구심력 떨어진 자민당을 제치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일본 정계의 풍운아’ 오자와의 구상이 지금 일본 정치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Posted by 조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