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특파원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미국 디트로이트발 항공기 탑승객이 신종인플루엔자 A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9일 이른 아침 다급한 표정으로 기자실로 들어선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후생노동상은 빠른 속도로 발표문을 읽어내려갔다. 이어 그는 들고 온 비행기 좌석표를 보여주면서 “기내에 탑승한 사람은 모두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침착한 대처가 요구된다.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반드시 낫는다”고 했지만 그날 회견 장면은 그가 주문한 ‘침착한 대응’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국내 (2차) 감염은 시간문제”라고 밝힌 대목에서는 ‘매우 큰 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다. 



지난달 말 멕시코에서 신종플루 발생 사실이 전해진 이후 달포가량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결국 우려대로 일본에서도 감염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추적조사를 벌이느니, 경계 수준을 높이느니 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신종플루의 감염은 경계를 요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감염 사실을 신속히 확인하고 전염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그간 움직임을 지켜보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지난 1일 새벽 1시30분 마스조에 후생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 의심환자가 처음 발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회견은 공영방송 NHK TV로 생중계됐다. 거론됐던 의심환자는 불과 하루 만에 단순 인플루엔자 증세로 판명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의료기관들이 신종플루 발생 이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 단순 발열환자에 대해서도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달 초 후생성에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는다”는 진정이 92건이나 접수됐다. 진정 가운데는 “나리타 공항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국내 관광지에 갔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고 했더니 진찰을 거부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과민반응이 잇따르자 후생성은 진료 거부를 하지 말도록 의료기관에 통보하는 등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감염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대체적으로 병원성이 낮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들로부터 “통상의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라는 견해도 나왔다. 다른 인플루엔자처럼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약을 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집에서 요양을 잘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스조에 후생상은 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그동안 방역에 만반의 대비를 해왔다며 자신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멕시코 등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되레 부채질하고 있다. 10일자 도쿄신문 기사의 제목은 ‘후생상이야말로 냉정한 대처를’이었다.

Posted by 조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