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칭 '고시엔(甲子園) 구장'으로 불리는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 구장(사진)은 일본 야구의 성지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마쓰이 히데키, 이치로 등 일본 야구의 웬만한 스타들은 이 그라운드의 흙을 다 밟아봤다.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서보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가 바로 고시엔 구장이다. 고시엔 구장을 상징하는 풍경이 있다. 해마다 열리는 고교야구선수권 대회가 끝나면 패자팀 선수들은 덕아웃 앞에 쭈그려 앉은 채 눈물을 흘리며 고시엔의 흙을 주머니에 담아 가져간다. 4200여개의 고교 야구팀 가운데 지역 예선을 통과한 49개팀만이 밟아볼 수 있는 이 구장의 까만 흙은 그들의 가보로 모셔진다. 단순한 야구장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흔히 고시엔 구장이 오사카에 있는 것으로 알지만 행정구역상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다

1924년 8월1일 문을 열었다. 벌써 90년 가까이 지났다. 구장 건설 계획이 마련된 1923년 당시에는 에다가와(枝川) 구장으로 명명됐지만, 구장이 완공된 해가 '갑자(甲子)년'이란 이유(10천간12간지의 맨 처음인데다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길한 해라는 점을 고려)에서 고시엔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시엔 구장은 일본에서 가장 큰 야구장이다. 1층으로 지어진 경기장임에도 4만7757석의 좌석을 갖췄다. 잠실야구장이 3만여명 들어가는 점과 비교하면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좌석이 5만석에 육박하는 것은 외야석의 규모가 전체 수용관중석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른 팀 본거지 구장의 외야석의 비율이 20~30%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좌측 외야석(9448석)과 우측외야석(9595석)만 합쳐도 2만석에 가깝다.

 

또 좌우 내야석 가운데 외야석쪽으로 붙어 있는 좌석을 '알프스석'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8월 고교야구선수권대

회 때 흰색 교복차림의 응원단이 뒤덮은 스탠드가 마치 눈이 온 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여름이면 알프스 스탠드는 모교를 응원하는 하얀색 물결로 가득찬다.



고시엔구장의 흙을 담아가는 선수들, 출처:위키피디아

뭐니뭐니해도 고시엔의 상징은 내야 그라운드에 깔린 검은 흙(黑土)이다. 가고시마, 오카야마, 돗토리, 오이타현 등에서 나는 흑토와 중국 푸젠성의 흰모래를 섞은 것이다. 계절에 따라 흑토와 흰모래의 비율을 달리한다. 고시엔 구장의 흙이 다른 구장보다 짙은 흑색으로 깐 데는 관중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다. 경기 중 날아가는 볼의 궤적을 관중들에게 좀 더 잘 보일 수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경기에서 진 팀의 학생들이 고시엔의 흙을 담아가지고 가는 전통이 언제부터 유래되고 정착됐는지 확실치는 않다. 1937년 23회 대회 결승전에서 패퇴한 구마모토공고의 가와카미 데쓰하루(川上哲治, 타격의 신으로 불리며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1965~1973년 일본시리즈 9연패를 할 당시 감독) 선수가 유니폼 호주머니에 흙을 담아가 모교 운동장에 뿌렸다는 설 등이 있다.

 

고시엔구장의 또다른 상징은 경기장 정면 외벽을 푸르게 장식했던 담쟁이덩쿨이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구장 리모델링을 하면서 담쟁이덩쿨은 뽑혀졌지만,이 덩쿨은 전국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4000여개 학교로 나눠졌다. 구장측은 2008년 6월 이 중 생육상태가 양호한 233개교의 담쟁이 덩쿨을 모아 '담쟁이 귀향 행사'를 열었다. 고향에 돌아온 담쟁이덩쿨은 앞으로 10여년 뒤면 구장 외벽을 다시 새파랗게 뒤덮을 예정이다. 구장의 또하나 특색은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외야가 천연잔디로 포장돼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프로야구팀 홈 구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시엔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대회는 역시 8월에 벌어지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아사히신문 주최)다.

3월에 전국선발고교야구선수권대회(마이니치신문 주최)가 있지만 광역 예선을 거치는데다 초청학교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기나 권위면에서 8월 대회에 못미친다. 고시엔이 고교야구대회의 '브랜드'화 되면서 고시엔은 고교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의 대명사가 됐다. 예를 들면 '합창 고시엔대회' '요리 고시엔대회' 등이란 이름으로 고교생들이 참가하는 수많은 경연들이 일본에서 펼쳐진다. 또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서는 보통 면적을 비교할 때 '고시엔구장 ○개분'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착돼 있다.(고시엔 그라운드 면적은 1만3000㎡)

 

고시엔 구장은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한신의 경기가 열릴 때면 수용능력 4만7000여석의 관중석은 거의 꽉 들어찬다. 특히 교신센(巨神戰)으로 불리는 숙적 요미우리와의 경기는 한일전을 방불케하는 열기로 구장을 달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신 타이거즈는 고시엔에서 일본시리즈 제패해 환희의 헹가레를 쳐본 일이 없다. 한신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1985년 단 한 차례였지만 당시 승부를 결정지은 장소는 원정지였던 세이부 라이온스의 홈구장이었던 탓이다.

 

 

고시엔 전철역.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점은 고시엔 구장에는 주차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구단측은 광고 등을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방송을 수시로 알려준다. 구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고시엔 전철역이 있다. 여러 편의 노선버스도 구장을 운행한다. 8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때 응원단을 싣고 오는 버스 등은 주변 마트나 사설 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물론 유료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도 고시엔에서 경기하는 것에 대해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1992년 입단해 올해로 22년째 요코하마 DeNA에서 활약중인 에이스 미우라 다이스케(三浦大輔)는 한 TV프로그램에서 후배 선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4만여 관중 앞에서 선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나 고시엔 마운드에 서서 공을 뿌린다는 것은 야구 선수로서는 커다란 영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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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홍민